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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인데 허리 수술 받아도 괜찮을까요?
  • 편집국
  • 등록 2025-03-17 12: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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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

3년 전 척추관협착증 판정을 받은 박씨(70세)는 몇 달에 걸쳐 치료를 고민했다. 허리통증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어하는 박씨를 보고 가족들은 가능한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지만, 평소 앓아오던 고혈압이 발목을 잡았다. “혈압이 높으면 수술할 때 피가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와 과다출혈로 죽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그를 주저하게 했다. 

   

척추관협착증은 70대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노인 퇴행성 질환이다. 허리디스크와 달리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기 때문에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아픔을 견디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중증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큰마음을 먹고 필자를 찾아온 박씨. 손이 닿는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는 박씨에게 비수술치료인 추간공확장술 시술을 권하니, 깜짝 놀라며 “고혈압 환자인데 시술해도 되느냐”고 반문한다. 4년 째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그는 시술이 가능하리라곤 감히 생각도 못했단다. 

   

예전에는 위험성이나 후유증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전신질환자는 병원에서도 수술뿐만 아니라 시술도 꺼리는 환자로 분류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신치료법인 추간공확장술은 척추관협착증 단일 질환 외에도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함께 겪고 있는 환자, 수술 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재발된 환자 등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다만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은 내과 전문의에게 확인을 받은 뒤 시술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에 의한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심장병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 역시 해당 의사의 확인을 받고 난 뒤에 시술하기도 한다. 그러니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척추, 관절 수술을 겁낼 필요는 없다.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외에 시술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은 있다. 대부분 시술 당일 아침(오후 시술인 경우에는 점심)에는 금식이 필요하다. 마취를 하면 위 속의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들어가 기관지를 막거나 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나 커피, 우유 같은 음료수도 마찬가지다.

   

시술 일정이 잡히면 병원의 안내에 따라 아스피린이나 혈전 용해제 등의 특정한 약물복용도 일정 기간 중단해야 한다. 시술 도중에 지혈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시술을 앞두면 과도한 음주, 흡연 등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것들이 시술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지는 않으나, 시술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시술 후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치료가 있는데, 그 동안 왜 바보같이 고생했나 싶어요.” 시술 일주일 뒤, 박씨는 삶의 질이 크게 올라갔다며,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 근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의료현장에 있다 보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올바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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