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 날씨가 풀리면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황모(51세) 씨도 최근 미뤄왔던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못한 운동을 몰아하려는 심산에서 조금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테니스를 쳤다. 하지만 그다음 날부터 허리를 뒤로 젖히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났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그는 결국 필자를 찾아왔다.
테니스는 팔, 무릎, 척추 등에 부상위험이 높은 스포츠이다. 특히 테니스 중 허리를 돌려 갑자기 힘을 주면 허리근육과 인대에 순간적으로 압력이 높아져 섬유륜이 쩢어지거나 파열돼 급성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황씨는 흔히 ‘허리를 삐었다’고 말하는 급성 요통이 발생한 경우로,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겨우내 움츠려있던 신체에 무리한 힘을 가한 탓이었다.
봄철에는 황씨처럼 허리 통증 환자가 늘어난다. 대부분은 의욕만 앞세운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날씨가 춥고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은 우리 몸을 뻣뻣하게 만든다. 즉 척추를 둘러싼 근육과 인대가 수축·경직되는데, 이때 몸을 충분히 풀지 않은 상태에서 허리에 무리한 힘을 가하면 통증이 악화된다.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출발점은 스트레칭이다. 운동 전 스트레칭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늘려준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깍지를 끼고, 허리를 쭉 편 자세와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며 숙이기를 반복하면 굳은 허리를 풀 수 있다.
만약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온열 찜질을 하면서 해당 부위를 마사지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통제나 진통소염제를 처방받거나, 물리치료로 일시적인 통증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 초기에는 약이나 주사치료와 같은 보존요법으로 충분히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급성 요통은 2~3주면 거의 회복되지만 드물게는 만성화되거나 재발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급성이든 만성이든 허리 통증의 90%는 칼을 대지 않고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추간공확장술로,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국소수면마취 하에 옆구리 쪽으로 특수 키트를 추간공까지 삽입하는데, 후유증이 거의 없어 고령 및 만성질환 환자들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건강하기 위해 하는 운동이 지나치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본인의 체력이나 능력은 무시한 채,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신체에 이상 증상만 가져올 뿐이다. 즐거운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력을 객관적으로 보고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