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작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2년 전 귀촌한 김씨(68). 귀촌 선배들에게 ‘시골생활이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지라 애초부터 좋은 공기를 마시고 경치나 감상하며 살겠다는 ‘허황된’ 꿈은 없었다.
김씨는 비닐하우스에 오이, 토마토 등의 작물을 재배하면서 두 번째 인생을 설계했다. 이런저런 손이 많이 가고 때로는 고됐지만, 워낙 부지런한 성격인지라 큰 무리는 아니었다. 농촌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도시’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계획하고 있던 김씨. 하지만 뜻하지 않게 ‘농부병’으로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이 찾아왔다.
농부병이란 장시간의 단순 반복 작업 및 부자연스러운 자세 유지, 과도한 힘 낭비, 불충분한 휴식 등에 노출되면서 근육, 혈관, 신경 등에 손상이 누적돼 나타나는 직업병이다. 허리와 목, 어깨, 팔, 팔꿈치, 손, 손목, 다리 등 전신에 걸친 근골격계 통증 및 감각 이상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후관절통, 천장관절증후군 등을 겪기 쉽다. 농업 일을 하며 허리를 구부리는 등 잦은 척추 굴곡에 따른 변형이 주된 원인이다. 무거운 농작물, 농기구 등을 수시로 들어올려야 한다는 점도 척추 손상에 따른 요통의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 대부분은 중장년층으로서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손상돼 허리 통증이나 다리가 저리는 증세) 발병에 취약하다. 비닐하우스 재배에 매진하던 김씨 역시 척추관협측증이었다.
척추협착증은 허리를 숙이면 일시적으로 신경 통로가 넓어지면서 통증이 줄어든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하거나, 걸을 때 다리와 엉덩이 부위가 심하게 저리고 당기거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협착의 정도가 심할수록 보행거리가 짧아진다. 농촌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많은 이유다.
척추관협착증을 방치할 경우 만성으로 확대될 수 있고 나아가 척추 불안정성에 따른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간공협착과 혈류, 자율신경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추간공확장술을 받고 김씨는 이제까지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갔다.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그렇듯 그 역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병원에 올 걸 그랬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