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에 대한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단지 보기 좋은 몸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허리둘레는 내장 지방량과 높은 관련이 있다.
복부비만은 잘 알려진 요통의 주요 원인이다. 복부비만은 배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온 상태를 뜻한다. 몸속 지방은 그 분포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피하지방은 피부 밑 지방을, 내장지방은 몸속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체강 내에 축적되는 지방을 말한다. 이중 내장지방이 심할수록 건강 위험률이 높아진다. 마른 비만 역시 내장지방 탓에 뱃살이 있는 경우로,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허리 근력이 약화될 수 있다.
복부비만은 허리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과 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이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복부비만 진단은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한국인의 경우, 남자 90㎝(35.4인치), 여자 85㎝(33.5인치) 이상을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보통 늑골(갈비뼈) 하단부(가장 아래부분)와 장골능(골반뼈의 엉덩이 위쪽 끝) 상부의 중간점에서 측정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며, 이 부위는 대개 배꼽 부위를 지나게 된다. 허리둘레는 내장지방량과 높은 관련이 있으며 체질량지수보다 심혈관질환을 더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여자들이 잘록한 ‘개미허리’를 선망하지만, 불행하게도 ‘상식을 벗어난’ 개미허리는 허리 건강에 독이나 다름없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모델인 켈리 리 디케이(28)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과 대비되는 16인치의 비현실적인 허리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한줌밖에 안 되는 가는 허리를 갖게 된 것은 모두 코르셋 덕분이었다. 어릴 적부터 만화 속 섹시 캐릭터인 ‘제시카 래빗’의 몸매를 동경했던 그녀는 직접 자신이 그런 몸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20살 때부터 무려 7년간 코르셋을 착용했으며,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벗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28인치였던 허리둘레를 16인치로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코르셋 다이어트는 몸의 기형을 불러오고, 내장기관을 압박해 소화력도 떨어뜨린다. 거들로 허리를 조이면 혈액순환이 안 돼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또 근육이 척추를 받쳐주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거들이 대신 해 근육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허리를 잘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잘록한 허리를 가지려는 노력이 인생을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허리 건강의 지름길은 따로 있지 않다.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 등 기본에 충실하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허리둘레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