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비대면 중심으로 경제가 바뀌면서 택배기사들에게 허리디스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택배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중량이 무거운 제품들의 비율이 적지 않다. 특히 15kg~20kg 안팎의 과일상자, 김치, 생수 등은 택배기사들에게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존재나 다름없다. 하나같이 크고 무거운 데다 파손되기도 쉬워서 들고 나를 때 손이 많이 가니, 다른 택배보다 훨씬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면 택배기사들의 목, 어깨, 허리 등 몸 곳곳이 고장 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배송 중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심지어는 사망하게 된 택배기사들의 소식이 언론에 실리기도 한다.
실제로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택배기사 등의 직업군은 추간판(디스크)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는 ‘추간판 탈출증’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요통이 발생하고 다리 감각에 이상이 생겨 걷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택배기사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무릎이 받는 충격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크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체중의 3배, 내려올 때는 체중의 5배 정도 무릎에 하중이 실린다. 건강한 무릎을 가진 사람들이야 계단 오르내리기로 상당한 운동효과를 볼 수 있지만, 통증을 무시한 채 계단을 이용하면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이 손상될 수 있다.
택배기사 배씨(44) 역시 파스를 붙이는 것으로 ‘자가 처방’을 내리며 허리 통증을 버텼다. 택배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도 직업병처럼 허리 통증을 앓았기에 딱히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점점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심해졌고 귀한 시간을 쪼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정밀검사 결과, 배씨의 질환은 허리디스크였다.
가벼운 허리디스크라면 물리치료나 재활운동을 통해서도 증상 호전이 가능하지만, 배씨는 증상이 심해진 후 내원한 상황이었기에 추간공확장술을 시행해야 했다. 다행히 시술은 잘 끝났고 당일 업무복귀도 가능했다.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쉬며 피로를 풀어주라고 조언했지만, 잠을 쫓기 위해 캔커피를 수시로 마시며 일하는 그에게 ‘휴식’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하면서도 문고리에 ‘힘내라’는 메모와 음료수를 걸어둔 사람들을 보며 다시 택배상자를 나른다는 배씨. 택배기사들은 대한민국을 굴러가게 하는 숨은 영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