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올해부터 주말 농장을 시작한 이 모(55) 씨. 내 손으로 ‘안전한’ 채소를 길러 먹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지만,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곡소리가 나왔다. 땅을 파고 비료를 나르는 등 생각보다 근력이 필요한 일이 많았던 것. 게다가 농기구 다루는 일이 서툴러서인지 일만 했다하면 어깨와 허리도 뻐근한 게 영 내 몸 같지 않았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씨와 같은 도시농부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와 맞물려 요통이나 어깨 결림, 허리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실제 농업인들은 척추를 비롯해 무릎, 어깨 등의 과도한 사용으로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허리를 굽히거나 무거운 물건들을 자주 옮겨야 하는 농사일의 특성상 허리 통증은 농업인들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농촌진흥청의 ‘2022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현황’을 살펴봐도 허리(52.5%)는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로 나타났다.
그 중 흔하게 나타나는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 통증이나 다리에 여러 신경증세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 신경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고, 따라서 피가 통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농민들에게 척추관협착증이 많이 발생하는 까닭은 하우스나 밭농사 같은 농작업을 할 때 대부분 허리를 구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으면 근육 내 혈관이 조여들면서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한다. 혈액량이 줄면 근육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목과 허리를 구성하고 있는 척추에 강한 긴장감을 주게 된다. 긴장된 척추는 척추 디스크를 계속 압박, 척추의 노화를 촉진시켜 척추관협착증 발병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척추관협착증은 추간공확장술 등의 최신 치료법이 있어 충분히 호전이 가능하지만, 예방만큼 좋은 것은 없다. 긴 시간 동안 몸을 구부리고 일을 하는 경우, 1시간마다 일어서서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하루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덧붙여 평소 의식적으로 ‘올바른 자세’를 취한다면, 얼마든지 허리건강을 챙기면서 주말농장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