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이삿짐센터 직원 이씨(39세)는 얼마 전 무거운 짐을 나르다 크게 허리를 부딪쳤다. 이씨는 꽤 강하게 부딪쳐, 순간 허리통증을 느꼈지만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요령 없이 물건을 들거나 옮기는 초보도 아니고 10년 넘게 해온 일이었기에 ‘이깟 통증쯤이야’라는 생각도 있었다.
일단은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버틴 이씨. 그러다 두 번째 이사 집에서 갑자기 심해진 허리통증에 그만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x-ray 촬영 결과 이씨의 병명은 다소 생소한 질환인 ‘척추분리증’이었다. 척추분리증은 말 그대로 척추뼈가 분리되어 불안정한 상태를 뜻한다. 발생 빈도가 높은 편으로 최소한 15명당 1명 꼴로 척추분리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척추뼈는 앞 쪽에 몸체가 있고, 뒤쪽에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이 있으며 이곳을 감싸는 척추 추궁이 있는데, 여기에 금이 있어(결손이 생겨) 하나의 척추뼈가 결손 부위를 중심으로 따로따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손부위를 중심으로 척추뼈의 앞뒤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게 된다.
대부분은 별 이상 없이 지내다가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와 함께 협착증 및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선천적인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와 과격한 운동-체조, 축구, 다이빙 등-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척추에 과부하가 발생하여 피로골절에 의하여 뼈에 결손이 발생하기도 한다.
분리 정도가 심하지 않은 이상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으며 방치하는 기간 동안 척추의 분리 정도가 심해지면서 점점 통증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통증이 적다고 해서 치료를 미루게 되면 분리된 척추가 앞으로 밀려 나오면서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척추를 무리하게 사용한 뒤부터 허리가 아파온다면 곧장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가 분리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약한 허리’이기 때문에 약한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허리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 허리 강화 운동을 충분히 해보지 않고 수술적인 방법으로 허리를 강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요통이 심한 경우에는 운동 치료와 함께 물리 치료,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요통이 너무 심하고 자주 재발하며 보존적인 치료의 효과가 없는 환자에 대해서는 수술적인 치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비시술치료인 추간공확장술을 받은 이씨에게 당분간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을 조심하고, 허리근육강화를 위해 평소 체조, 걷기 등의 운동을 권했다.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이 건강이다. 이씨처럼 이사업체에 종사하는 인력일수록 의외로 병원보다는 자신만의 건강 노하우를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원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장사밑천인 자신의 몸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