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양 씨(28).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그녀는 2016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4년 차를 맞고 있다. 남한에 와서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예쁜 아이도 낳았다. 그토록 꿈꿔왔던 단란한 가정을 이뤘지만 단 하나,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다.
“엄마가 회령 장마당(시장)에서 돼지고기를 팔거든요. 그 무거운 고기를 메고 다니니까 매일 허리가 아프다고 하셨어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몇 번 엄마를 따라 시장 장사를 했는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사는 게 바쁘니까 허리 통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냥 참고 넘기는 거죠.”
본인은 3개월의 물리치료만으로도 아팠던 허리가 싹 나았는데, 북에 남은 엄마는 아직도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 한없이 죄송하단다.
장사하는 사람뿐이겠는가. 남한에 비해 열악한 산업 인프라도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물동이, 양동이를 많이 써요. 저희 동네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우물터에서 물동이를 이고 다녔어요. 가뭄이 들 땐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도 포전에 나가 물을 날랐고요. 모내기 때 사람이 손으로 모를 꽂는 곳도 많아요. 이앙기가 모자라니까요. 당연히 허리가 좋을 리 없죠.”
같은 허리통증이라도 남한과 북한, 두 곳 중 어느 곳에서 발병되는지는 진단과 치료결과에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은 근골격계질환을 비롯해 부인과 질환, 치과 질환, 정신건강 영역의 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건강이 취약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과 세계식량계획(WFP)는 2020 식량안보위기보고서(Global Report on Food Crises)에 따르면 북한 가구의 7%만이 고단백 음식과 과일 등 영양소가 충분한 식사를 하고 있다. 나머지 93%는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못하는 식단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주민은 특수한 상황에 처한 우리 동포이며, 우리사회가 함께 가야 할 대상이다. 필자도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주민의 건강증진과 예방치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