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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머니고 누가 며느리요?”
  • 편집국
  • 등록 2024-12-16 08: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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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

푸른 바다가 펼쳐진 경남 남해에 사는 남씨(63)는 스무 살 무렵 시집와 40여 년을 시어머니를 부양해왔다. 앞 못 보는 시어머니를 위해 매일 목욕은 물론 대소변 시중까지 들며 모시던 그를 동네 사람들은 ‘효부 중의 효부’라며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얼핏 보면 누가 며느리이고 누가 구순 시어머니인지 구별이 잘 안 간다. 남씨에게는 바닷바람이 만들어낸 거친 피부와 시어머니보다 더 굽은 허리가 훈장처럼 남아있다. 

   

병원을 찾은 남씨에게 허리를 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펴보라고 하자, ‘아이고’ 신음 소리와 함께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허리를 세웠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돌아갔다. 

   

남씨는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지 한창 됐지만 이제껏 제대로 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는 “아직은 참을 수 있으니, 주사 한 대만 놔주세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치료하고 넘어가야 한다. 

   

남씨의 검사 결과,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신경줄이 내려오다가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발견됐다. 척추관은 척추뼈의 앞쪽인 추체와 디스크, 척주뼈의 뒤쪽인 추궁판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관)이다. 이 척추관은 뇌에서부터 시작되어 목뼈(경추), 등뼈(흉추)를 지나 허리(요추부)에서 다리까지 이어지는 신경의 통로 역할을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허리 쪽의 척추관이 좁아진 상태를 일컫는다. 

   

척추관협착증은 보통 퇴행성으로 진행된다. 초기 증상은 허리에 묵직하고 뻣뻣한 느낌이 든다. 비가 오는 날이나 안개가 짙은 날과 같이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증상이 심하게 느껴진다. 척추관의 크기는 자세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보통 허리를 곧게 펼 때 통증이 강하고 허리를 굽히면 크게 감소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의자에 앉을 때에도 등을 굽힐 때 보다 편안함을 느낀다.

   

척추관협착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하지 근력 약화는 물론 다리 감각까지 떨어져 걷기가 힘들어지고 낙상 위험 역시 높아진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노년층 여성은 뼈가 약하기 때문에 낙상할 경우 뼈가 부러지기 쉽고, 이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비타민 D 부족으로 뼈가 더욱 약해지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여느 60대다운 허리로 시어머니를 모시며 꼿꼿하게 걷고 싶다는 남씨의 바람은 추간공확장술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시술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 병명은 무서워보여도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병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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